폭스바겐. 비록 몇 년 전 디젤 게이트로 브랜드 이름에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들이 사랑하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 브랜드 가치는 엄청나며, 무난한 디자인과 다방면으로 괜찮은 성능을 지닌 폭스바겐 차종들은 대부분 동급 차종들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립니다. 작년 기준 포드 포커스가 약 20만 대 팔릴 때, 폭스바겐은 골프를 약 40만 대를 판매했습니다. 중형 차인 파사트는 15만 대 이상 팔리며 같은 그룹 소속 스코다의 중형 차량보다도 2배 넘게 팔린 수치입니다.
하지만 여기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폭스바겐 파워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바로 투아렉(Touareg)입니다. 이 차량은 폭스바겐의 홈그라운드인 유럽 시장에서도 힘을 못 쓰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는 더더욱 힘을 발휘하지 못했죠. 왜 그런 걸까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선 포르쉐 카이엔(Porsche Cayenne)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Land Rover Discovery)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영국 제조사 랜드로버의 핵심 모델 중 하나로, 다른 모델에 비해 투박한 면이 있지만, 오프로드 성능은 랜드로버 명성에 걸맞게 동급 중에선 최고 수준입니다. 운전자가 가고 있는 지형을 파악해 자동으로 성능을 조절하거나 실시간 도강 정보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투아렉과 비슷한 가격대에서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원하는 경우, 디스커버리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포르쉐 카이엔과 폭스바겐 투아렉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지어 겹치는 라인업(3.0 L V6 터보 가솔린)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멋있고, 브랜드 가치를 따지는 입장에서 보면 폭스바겐보다는 포르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가격으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디스커버리와 투아렉은 약 1250만원 정도 차이나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포르쉐 카이엔의 시작가 차이는 약 2400만 원입니다. 독일 판매가 기준에서 보면 디스커버리와 카이엔은 약 18000 유로 차이가 나고, 투아렉과 디스커버리는 약 1700유로 그리고 투아렉과 카이엔은 약 16000유로의 가격 차이가 납니다.
국내에서의 가격 갭차이는 상당하지만 유럽 내에서 디스커버리와 투아렉은 거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카이엔과 투아렉은 시작가는 차이가 어느정도는 나지만, 투아렉의 고급 모델 라인업으로 가면 포르쉐 카이엔의 시작가를 뛰어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투아렉은 폭스바겐의 차량답게 무난한 디자인과 무난한 온 로드와 오프로드 성능을 가진 자동차로,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한 차량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저 둘 사이에서 애매한 차량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이는 판매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풀 모델 체인지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세 차종의 판매량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 시장에서도 보여왔는데요,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에 출시한 크고 저렴한 아틀라스(Atlas)라는 차종이 투아렉 대신 투입된 이후에는 그러한 문제 없이 폭스바겐이 잘 나가는 모습입니다.
투아렉 정도 크기의 큰 자동차를 찾는다면 3천만 원대 국산 대형 SUV인 G4 렉스턴과 팰리세이드도 있으며, 투아렉보다 저렴한 미국 수입 차인 트래버스와 익스플로러도 있습니다. 또한 디스커버리와 카이엔은 이미 국내에서 자리 잡고 판매중이기도 합니다.
출시 이후 투아렉의 국내 경쟁상대는 제네시스의 GV80이라고 하는데, 가격대는 상당히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플렛폼을 쓰는 차량이지만 애매하게 비싼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애매한 투아렉이 국내 시장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한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