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자동차 브랜드는 7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현대차와 기아차입니다.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서 현대기아가 1위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3사에서 경쟁작을 내놓아도 현대기아를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자동차는 이러한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차 러시를 이겨낸 자동차라는 점에서 상당히 특별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쌍용의 티볼리는 프로젝트명 X100으로, 마힌드라가 쌍용의 지분 상당수를 인수한 이후 출시한 첫 신차입니다. 42개월의 개발 기간, 그리고 3500억 원의 투자로 탄생한 티볼리는 회사의 흥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모델로, 쌍용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B 세그먼트 크로스오버 SUV, 즉 소형 SUV 세그먼트에는 쉐보레 트랙스 그리고 르노삼성의 QM3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조약한 품질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2015년 당시 티볼리는 대중들이 접근하기 가장 좋은 소형 SUV였습니다. 여러 가지 다채로운 옵션과 타사 대비 낮은 가격과 여성들의 압도적인 디자인적 지지를 받으며 서서히 성장했습니다.
출시 초기인 2015년에 4만여 대를 판매하면서 순조로운 시작을 했고, 점점 더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즈음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현대기아의 신차 출시 소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에서 현대기아의 파워는 엄청납니다. 현대기아에서 신차 출시 한 번에 동급 경쟁 차종 판매량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었으니까요. 첫 상대는 16년 3월 출시한 기아차의 니로였습니다.
기아차는 출시 행사에서 '대놓고' 쌍용 티볼리와 자사의 니로를 비교했습니다. 'S사의 T 차량'과 같이 표기한 것이 아닌, 그냥 대놓고 티볼리라는 명칭을 쓰면서 니로의 우월함을 알리는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습니다. 언론을 통해서도 티볼리 대비 뛰어남을 강조했으며 쌍용차 관계자의 반박에 기아차 관계자는 "누가 더 뛰어난지는 결국 소비자 선택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6년이 끝나고, 티볼리는 5만여 대가 넘는 판매를 올렸고, 니로는 1만 8000여 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기아차 관계자들의 생각과 달리 소비자들은 티볼리를 선택했고, 쌍용차가 기아차를 2배 넘는 판매량 격차로 이겨버린 겁니다.
2017년에도 자금력이 쌍용에 대비해 괜찮은 현대기아의 신차 러시가 시작되고, 기아차는 스토닉 현대는 코나를 출시합니다. 경쟁사의 신차 출시에도 쌍용차는 티볼리에 범퍼 디자인 정도 변화를 준 소소한 변화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과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디자인은 그대로였고, 2017년에도 5만 대 이상 판매를 하면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소형 SUV들이 난립하고, 코나와 니로의 파생 모델들까지 가세하면서 2018년도에는 판매량이 4만 대 규모로 하락했습니다.
2019년에는 티볼리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편의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하지만 소형 SUV 시장은 현대의 베뉴와 기아 셀토스 등 계속된 신차 출시로 포화 상태에 들어서면서 티볼리의 19년도 판매량은 3만 5천여대 구묘를 유지하는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티볼리는 여러 경쟁상대들이 들어오면서 현재는 월 1600여 대 규모로 꾸준하긴 하지만 전성기에 대비하면 판매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현대 코나 내연기관 모델과는 비슷한 판매량을 올리고, 베뉴나 스토닉, 쏘울 등 현대기아 일부 차종을 이기고 있긴 하지만, 월 4000여대가 넘게 팔리고 있는 셀토스와 비교하면 이기고 있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쌍용이라는 작은 규모의 다윗이 현대기아라는 거대한 골리앗을 3~4년간 꺾어 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쌍용차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다시 한번 골리앗을 꺾을 수 있을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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