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터넷에서 이상한 요소끼리 섞은 모습을 보면 '끔찍한 혼종'이라는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다만 그 혼종도 적절히 잘 섞어준다면, 돈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스마트톡 메타오토의 첫 주제인 크로스오버(Crossover) 자동차가 그 예시입니다.
전쟁용 자동차인 지프가 전쟁이 끝난 이후 SUV라고 불리며 레저 활동 등에 유용하게 쓰이게 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프레임바디(body-on-frame) 자동차의 단점은 일반 유니바디(unibody) (혹은 모노코크) 승용차에 비해 승차감이 좋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이런 생각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승용차의 안락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느끼면서, SUV의 장점을 가져간다면?" 이런 식으로 해서 탄생한 혼종이 크로스오버 자동차입니다.
크로스오버의 시작과 대중화
크로스오버 자동차의 시작을 어느 자동차를 보느냐는 여러 해석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1977년에 나온 마트라(Matra) 사의 란초(Rancho)와 AMC 사의 이글(Eagle)이라는 자동차를 시초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차량 모두 유니바디(모노코크)형식의 자동차이면서도 일반 승용차보다는 높이가 높았으며, 디자인적으로도 오프로드 자동차를 떠올리게 했죠. 특히 AMC 이글같은 경우, 사륜구동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세단인 코롤라(Corolla)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도요타(Toyota)의 크로스오버 SUV 라브4(Rav4)는 94년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면서 크로스오버 장르를 더욱 확장하는 데 기여를 한 모델로 보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중차 브랜드뿐만 아니라 고급 브랜드들도 크로스오버 형태의 차량을 출시하여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BMW GT 시리즈가 있는데, 이 모델은 고급 승용차의 특징과 스포츠백 스타일의 후면을 갖추면서 모든 형태의 도로와 환경에 적합하도록 세팅된 크로스오버 차량입니다. GT 시리즈는 BMW 세단의 정숙성과 편안함에다가 장거리 및 험한 도로 주행에도 적합한 강인한 내구성을 갖추면서 2009년 5GT 출시 이후 6GT로 이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이 사라지는 중?
전 세계적인 SUV 자동차 붐과 함께 전통적인 SUV보다는 승용차 같은 느낌을 주는 크로스오버 장르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이나 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CUV나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자동차 회사들이 SUV라는 명칭을 오히려 즐겨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2008년 출시한 기아차 쏘울 같은 경우, 출시 초반에는 크로스오버 혹은 CUV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강조를 했는데, 최근 풀 모델 체인지가 된 쏘울을 출시하면서는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를 뺀 채 '소형 SUV'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을 했고, "쏘울은 크로스오버와도 거리가 멀고 SUV라는 개념에서 보면 더더욱 거리가 멀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쏘울은 MPV(Multi Purpose Vehicle)라는 장르의 차량이며, 굳이 크로스오버를 붙이자면 승용차와 MPV를 결합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크로스오버라는 표현과 SUV라는 표현 모두 마케팅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겁니다.
'왜 최근 출시 차량들은 크로스오버라고 자동차 회사들이 광고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요새 출시되는 대부분의 차량이 크로스오버 형태의 자동차이다 보니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잘 안 쓰이게 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자주 쓰이던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를 덜 쓰게 되었다는 겁니다. "다만 이러한 점은 마케팅에 극한 된 이야기이고, 여전히 크로스오버라는 단어는 많이 쓰인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크로스오버 ≠ SUV?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SUV는 대부분 유니바디(모노코크)형태인데, 그럼 프레임바디를 제외한 SUV 형태 차량은 다 크로스오버인가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과거 국내에는 '짚차'기준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말로 바꾸면 'SUV 분류 기준'인 것이죠. 여기서 정의 내린 '짚차'의 기준은 '(1) 프레임바디 형식 (2) 사륜구동 장치 장착' 이였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과거 기준으로 보면 SUV는 프레임바디 형태의 사륜구동 자동차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분류기준은 최신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는 분류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랜드로버(Land Rover) 사의 뉴 디펜더(Defender)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프로드 SUV의 신형 모델입니다. 이번 신형의 특이한 점은 바로 프레임바디 형태가 아닌 유니바디(모노코크) 형태라는 겁니다. 근데 앞서 설명했듯이, 크로스오버의 특징은 유니바디 세단의 장점과 프레임바디 SUV의 장점을 몇 개 뽑아 만들어진 차량으로, 프레임바디 SUV 들에 비해선 험로 주파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대표적인 오프 로드용 차량인데, 그렇다면 단지 유니바디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이 차량을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게 적합할까요? 그럼 랜드로버는 크로스오버 SUV 제조사가 되는걸까요?
자동차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SUV 추세가 유니바디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니바디 형태의 SUV를 모두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합니다. 유니바디 형태로 만들어진 SUV도 과거와는 달리 SUV의 장르 중 하나로 인정된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앞서 예시를 든 SUV 잔문 메이커 랜드로버의 유니바디 SUV들을 뽑을 수 있겠습니다. 이 차량들은 험로 주파 능력이 매우 뛰어나면서도 유니바디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참고문헌/기타
* Crossover (automobile) - Wikipedia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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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트를 작성하는데 조언을 해주시고 도움을 주신 현직 자동차 연구원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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